긴 시간이 남은 건 아니다.


CFR



긴 시간이 남은 건 아니다.

미국에는 국내외 정책 개발을 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자문을 하는 수 많은 씽크 탱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외교 문제에 관한 핵심적 기구는 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이른바, 미국외교협회라고 할 수 있다.

CFR에는 현존하는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모두 회원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위세가 대단해, 심지어 차기 대통령 후보를 불러 정견을 듣고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결정하는데, 그 결정이 미국 대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다는 루머도 있다.

Connection of CFR

CFR은 1990년 후반부터 이른바 "한반도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북핵 문제, 한미 관계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왔는데, CFR의 북핵 대응의 비공식적, 공식적 입장은 북괴를 괴멸시켜 위협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2014년 리처드 하스 CFR 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북한의 위협을 끝장낼 때"라는 기고를 통해 '과거 한국 정부는 통일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취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수 차례 드러냈고, 북한의 위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므로 북한 존재를 끝장내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 위협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015년 11월 CFR 산하의 "Korea Studies and Director of the Program on U.S.-Korea Policy"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Scott A. Snyder는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1. 미 행정부는 북한 체제가 생존과 핵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평양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2. 5 자 회담 (6자 회담에서 북한을 뺀)을 조속히 개최하여 북한이 생존을 선택할 경우 제시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3. 미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철회하고 비핵화 압력을 가하도록 조성해야 한다.

Scott A. Snyder


그런데, Scott A. Snyder는 지난 4월 27일 CNN 기고를 통해 전과 사뭇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북한의 일정 (노동당 대회, 김정일 생일 등등)은 물론 국제 사회의 일정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 한미군사훈련) 등과 미국의 정치 일정에 맞추어 핵개발의 박차를 가하는 '핵 질주'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가진 건, 북한이 임기 내 핵으로 미국을 타격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북한의 핵질주를 보건대 차기 (미국) 정부에 있어 북한은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벌이면 국제사회가 추가로 취할 수 있는 비군사적 조치는 거의 없다."


즉,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수록 미국이 북한에 무력 대응할 명분을 주게 된다는 의미이다.

같은 시기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CBS 토크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중대한 도전 (a massive challenge)’이라고 규정하고 “가장 우선적인 가치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미국인, 그리고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의 핵위협으로 스스로를 방위하기 위한 명분을 말한 것이다.

또, "우리 무기들을 활용해 북한을 분명히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이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북괴를 제거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는 남한의 collateral damage가 미국의 군사 행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미국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할 경우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일 한국이 반대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마냥 김정은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만 고민이 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정치, 재계 주요 인사들의 고민은 더 깊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바뀌는 건 한국 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CFR이 이들 주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이들의 입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두 가지 조건이 완성되면 북한 체제의 제거가 시작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전쟁에 대한 명분이 충분히 쌓이게 될 때이다. (즉, 또 다른 북한의 도발이 감행될 때)

둘째, 한국이 동조할 때이다.

둘째 조건은 애매한데, "한국"이 구체적으로 누구(혹은 무엇)을 지칭하느냐이다. 즉, 한국의 대통령 혹은 한국 행정부일수도 있고, 국회일수도 있으며, 여론일수도 있다.

아마도 그건 철저히 미국의 계산 아래 자의적으로 해석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긴 시간이 남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2016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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