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유추하는 방정식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회담 이후 매우 원론적이고 외교적인 수사만 늘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왜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두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이유는 회담 결과를 “알 필요가 없다”가 아니라, “알아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회담의 성과가 어떻든, 회담 결과 (성과가 아니다)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담 주요 아젠다의 당사국 국민으로써는 회담의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우리는 몇 가지 상수를 통해 회담 결과의 미지수를 유추하기 위한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첫번째 상수.

지금 귀국 중인 시진핑 주석의 마음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그는 귀국 즉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회담 결과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무위원들은 특히 두 가지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첫째,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확답을 얻었는가?
둘째,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

이처럼 보고하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 상수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면책하겠다는 어떤 발언도 한 바 없다. 오히려 미국 상무부 장관은 무역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 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100일 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트럼프가 주장해온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은 여전히 살아있는 과제이며, 이에 대해 시진핑이 얻은 결과는 없어 보인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 시진핑은 정확한 답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상무위원들이 들을 대답은 없다. 그러니 대답을 내놓을 것이 없는 시진핑의 마음이 복잡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측컨대, 북이 비핵화하도록 중국이 나서줄 것을 요구받았겠지만, 시진핑은 원론적인 대답, 즉, 6자 회담을 통한 긴장 완화만 반복했을 것이며, 북핵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다.

시진핑의 마음이 복잡했다면, 트럼프는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회담 결과가 북에 유출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회담 결과 뿐 아니라 미국의 속내, 나아가 자신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계획이 이 회담을 통해 드러날 경우, 이는 곧 김정은에게도 알려지게 된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이것이 두번째 상수이다.

따라서, 만일 시진핑이 트럼프의 의도대로 끌려 오지 않을 경우, 그것이 곧 미국이 북폭한다는 결과로 해석 되어서는 안 된다. 시진핑이 그렇게 해석하면, 첫번째 상수에 의해 상무위원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트럼프의 속내는 그 즉시 김정은도 알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이 북폭하기 전에 북한이 오히려 먼저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회담 결과가 무엇이든, 트럼트 대통령은 상대가 애매모호한 결과를 가지고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개 되지 않았을 뿐, 회담 당사자들은 회담 내용과 결과를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진핑이 모호한 결과를 가지고 돌아가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첫번째 미지수이다.

서로 웃으며, 잽만 날리다 가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에 맞지 않다.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 정상 회담에 쏠린 국내외의 관심과 기대가 절대적이므로, 이 회담을 상견례로 끝낼 수는 없다.

추측컨대, 트럼프는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리 전략을 짜 두고, 대비책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은 Mike Pence 미 부통령의 방한 뉴스이다. 백악관은 부통령이 오는 16일(한국 시간) 서울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발표 시점과 그 내용이다.

백악관이 부통령의 외유 계획을 발표한 것은 현지 시간 4월 6일 즉, 미중 정상회담 첫 날이다.

미국 부통령은 왜 한국을 오는 걸까? 이번 미국 부통령이 방문할 경우, 트럼프 취임 100 여일 만에 국방장관, 국무장관, 부통령 등 대통령을 제외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이 모두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구금으로 한시적 대통령 권한대행만 있는데 말이다.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목적이 부활절을 미군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오는 김에(?) 황교안 대행과 정세균 의장을 만나고, 기업인들과 회동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순방은 한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하와이 등을 방문하며, 미국 시간 25일까지 무려 10일을 외국에서 보내게 되며, 더욱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뿐 아니라, 그의 와이프와 두 딸을 동행하게 된다.



Family of Mike fence




일견, 수퍼 국가의 2인자의 휴가를 겸한 아태 지역의 자연스런 순방으로 비추어진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미국의 안보 위기와 중국 북한 등 동아시아의 긴장감, 시리아의 화학 무기에 의한 재난 등을 고려할 때, 정신 나간 것이 아니라면, 여유작작 여행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럼 왜 지금 이 시기에 방한하는 것일까?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황교안 대행과 긴밀한 대화를 위해서 라고 볼 수 있다. 그 긴밀한 대화는 이번 미중 회담의 결과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미국의 계획이 될 것이며, 미국의 계획을 실행하는데에 한국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것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부통령을 보내 한미 동맹이 흔들림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미중 회담, 미일 관계 등을 보고, 한국이 왕따당하고 있다고 서운해하지 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가 한국이므로… 한국 사람들은 그런거 엄청 따진다는 거 잘 안다며…)

그럼 왜 부통령 순방 계획 발표를 미중 회담 중에 한 것일까?

미국 부통령이 연이어 여러 국가를 순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 개월전부터 순방 준비를 했음이 분명하다. 최소 1 개월전에 해당국과 협의하고, 의전과 경호 문제 등을 논의하며 일정을 짜야 한다. 따라서 첫 순방지인 한국에도 미리 알렸을 것이다.

따라서, 순방 계획 발표는 굳이 중국 주석이 와 있는 동안이 아니라, 그 전에, 혹은 회담 이후에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과 논의가 뒷따를 것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나 순방 계획 당시에는 아직 회담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회담 중에 발표한 것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백악관이 북미 회담 중 부통령의 외유 계획을 발표하였다”는 세번째 상수를 기준으로 억측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회담 결과에 대해 충분히 예측하였거나, 기대하지 않았으며, 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부통령을 한국에 보낸다는 사인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순방 국가를 여럿 넣고, 가족과 동반하게 함으로써, 방한의 목적이 마치 여행 일정 중 하나로 인식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중국과 김정은의 긴장 완화를 꾀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김정은은 미중 회담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제 정신이 아닌 놈이 제 풀에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른다. 미국은 긴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부통령과 그 가족의 16일 방한 발표로 일단, 16일까지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또, 부통령의 귀국 예정이 25일이므로, “어쩌면 25일까지도…”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다시, 첫번째 미지수로 돌아가 보자.

즉, 도대체 어떻게 시진핑이 애매모호한 결과를 가지고 돌아가도록 했을까?

답은 의외로 쉽다.

트럼프 대통령은 링 밖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상대 선수에게 겁을 준다음, 연이어 잽을 던지고, 상대의 반응을 읽었을 것이다. 또, 중국 공산당의 정치 구조와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감안하여 시진핑이 원론적 답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간파하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대신, 상대 선수에게 공을 던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솔직히, 당신이 그 대답밖에 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 그렇다면, 돌아가서 내 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논의해서 답을 달라.”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동참하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제스쳐를 보였을 것이다.






시진핑은 자신이 공을 건네받았음을 알고 있다. 때문에 자신이 트럼프에게 공을 돌려 주기 전에 미국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 믿음은 상무위원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달될 것이다. 김정은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답을 주어야 한다. 그 답에 따라 북한과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고, 덩달아 중국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복잡한 마음과 함께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방정식의 답을 구해 보자.

이번 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시진핑 주석에게 공을 던졌지만, 그건 일종의 마스킹일 뿐, 정말 답을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적인 행동을 해야 하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독자적 행동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김정은에게 획기적인 제안을 하며,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건 마치 지난 93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김일성을 만나 긴장을 해소한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미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확산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이 경우 북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미간 평화협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면, 트럼프는 클린턴이 아니며, 김정은은 김일성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를 선택할 경우, 미국 여론의 엄청난 후폭풍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다리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ICBM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은 본격적 위기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다방면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중국이 비핵화에 나설 줄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이를테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수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셋째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명칭이 Surgical strike던 선제적 타격이든, 예방적 전쟁이든 상관없다. 일단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면, 김정은에 대한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전면전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시리아에는 부담없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리면서 북핵에 대해 머뭇거리는 건, 남한의 피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부담을 덜기 위해서 필요한 건, 미군의 확고한 입장이다. 물론 그 입장이란,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전에 대한 것이다. 대대적 폭격과 반격을 허용하지 않는 군사 작전이 수립된다면, 눈에 가시같은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다.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군사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2017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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