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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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몸살이 나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몸살”은 병명이 아니라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 전신통을 말하는데, 대개 체온이 오르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 열이 나면 오히려 몸을 시원하게 해야 "몸살 증상"이 호전된다. 열이 많아 떠는 현상도 추워서 떠는 것이 아니므로 이불을 덮고 있으면 안된다.

또, 소화가 안된다며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는 ‘사혈법’을 시행하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사혈법(bloodletting)은 그 역사가 족히 2천년이 넘었고, 19세기까지 사용되었지만, 아무런 의학적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검증되어 폐기된지 오래된 술기이다. 지금은 21세기이다.

bloodletting





봉침을 맞고 심각한 알러지 증상이 생기거나, 연조직염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며 오는 환자도 많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촌구석이 아니라,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의학적으로 무지하다. 그러나 반듯이 그들 탓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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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전 캐나다의 4살 꼬마가 자기 손에 생긴 발진을 보여주며 자기 친구가(수두)에 걸렸다며 자기도 감염된 거 아니냐며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같은 또래의 꼬마들 중 수두가 뭔지 아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 캐나다 꼬마가 수두를 알고 있었던 건, 그가 다니는 유치원(Kindergarden)에서 아이들에게 수두에 대해 교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치원에서도 수두를 가르칠까?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제도를 가진 독일과 일본은 “국민 각자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한 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중에 이런 내용은 없다.

꼭 법이 아니라도 각자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병원, 의사, 건강보험, 국가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도구이며 조력자일 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건강보험료를 냈으니까”, “병원에 갈 때마다 또 돈(본인부담금)을 내고 있으니까”, 병원은, 의사는 당연히 내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국가는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에 푹 빠져서, 국가가 다 책임질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착각하게 하고, 현실은 공급자들을 온갖 규제로 묶어놓고 있다. 아마도 병원과 의사들을 두들겨 패면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

스스로 건강을 지킬 필요가 없다면, 의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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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멈추고 4분이 지나면 뇌가 죽는다.

5분이 지나면 심장도 멎는다. 만일 평소 폐와 심장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호흡이 멈춘 상태에서 격렬하게 손발을 휘두르며 산소를 더 많이 소모하면 더 빨리 뇌사에 이를 수 있다.

장난감에 의해 기도가 막힌 2살 아이는 당황하여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덩달아 놀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를 붙잡고 어쩔줄 몰라하다가 아이가 의식을 잃자 비로소 119에 신고를 했을 것이며, 119가 도착하고 나서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을 것이다. 그때 이미 아이의 심장은 멎었을 수도 있다.

심폐소생술을 하여도 여전히 장난감이 기도를 막고 있으므로, 앰부 백(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주머니)을 통해 공기가 폐로 제대로 전달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119 구급대는 근처 병원에 전화해 “15개월 된 여아의 목에 이물질이 걸려 심폐소생 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락받은 응급실 의사는 “처치가 어려우니 다른 병원으로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하였고, 결국 구급대는 인천 길병원으로 후송했다.

처음 연락을 받은 병원은 어린이집에서 4 km이상 떨어졌고, 정작 도착한 병원은 11.8 km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또 119 신고 후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56 분이었다고 한다.

56 분!

기도가 막힌 상태에서 56 분이 경과되었다면, 병원 도착 시에는 이미 뇌사에 빠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일 어린이 집에서 4 km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여도 역시 뇌사로 진행하였거나 뇌 손상으로 결국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경찰과 복지부는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한 첫 병원과 어린이 집을 조사한다고 한다. 매체들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고 마치 병원이 환자 진료를 거부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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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아이의 죽음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이 어린이집 뿐 아니라 해마다 많은 소아들이 장난감, 방울 토마토, 떡과 같은 음식에 의해 기도가 막혀 사망한다.

이처럼 기도가 막힐 경우 기도가 막힘과 동시에 4분 내에 병원에 도착하여 이물을 제거할 수 없다면, 그 아이는 결국 사망하거나, 심한 뇌손상으로 평생 불구의 몸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 상황, 응급 시스템으로 볼 때 아이의 기도가 막히고 4분 안에 119 구급대가 도착하고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이물질에 의해 기도가 막힌 것을 알아차렸을 경우, 즉시 이물을 제거하여 기도(airway)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도내 이물을 제거하는 건, 의료 기기가 필요하거나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외국에서는 심폐소생술 만큼이나 널리 교육하고 있다.

이 술기를 흔히 Heimlich maneuver (하임리히 구명법)이라고 하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성인의 경우, 구조자가 환자의 등 뒤에서 양 팔로 환자를 끌어앉은 후 구조자의 양손을 서로 잡고 배를 쓸어 올리듯이 환자의 배꼽 주위에서부터 명치 쪽으로 쓸어올리기를 반복한다. 이 술기의 목적은 복압을 증가시키고, 이 증가된 복압이 횡격막을 통해 흉강으로 전달되어 증가된 가슴 속 압력에 의해 기도의 이물이 역류하여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Heimlich maneuver 





소아의 경우에는 더 쉽게 이물을 제거할 수 있다. 아이를 거꾸로 들어 등을 쳐주면 이물이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손으로 아이를 거꾸로 들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여러번 쳐 주고 이물이 있는지 입안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나오지 않았다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Heimlich maneuver 







이 같은 이물 제거 방법 즉, Heimlich maneuver 은 모든 국민들이 배워야 하는 술기이며, 이물에 의한 질식이 빈번히 일어나는 소아를 집단 교육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교직원은 반듯이 배워두어야 할 술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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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5개월 소아의 사망으로 깨닳아야 하는 것은 기도내 이물에 의한 소아 사고가 빈번하다는 것과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임리히 구명법을 널리 알리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지, 뒤늦게 잘잘못을 따지며, 책임자를 찾아 내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언론이 뉴스로 삼아야 할 것도 책임 소재가 아니라 하임리히 구명법에 대한 소개와 교육 방법이 되었어야 한다.

2017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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