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녀 사냥











2016년 ikea는 북미에서 판매된 말름 시리즈(malm series) 서랍장 2,900 만개를 모두 리콜 시행하였다.

어린아이들이 이 서랍장에 기어 오르다가 서랍장이 넘어지면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구가 넘어지는 사고로 연간 3만8천명이 응급실을 찾으며, 2 주에 한 명 꼴로 사망하는데, Ikea 제품에 의한 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최대 6 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3건에 대해 소송 중이라고 한다.

왜 미국에서는 이런 사고가 이렇게 많이 발생할까.

내가 추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 주택의 방은 대부분 baseboard (걸레받이)를 설치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걸레받이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북미 주택의 걸레받이 두께는 최소 1/2 인치 즉, 1cm 이상으로 두껍다. 특히 마루나 카펫을 까는 경우 걸레받이 설치는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또, 십 수년 전부터는 heating baseboard 라는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 주택이 늘고 있다. (아래 사진의 여성이 서 있는 사진의 벽면에 설치된 것이 heating baseboard이다)










북미 주택의 가장 흔한 냉난방 방식은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방식으로 중앙공급식의 열교환기를 통해 각 방 바닥에 설치된 공기 구멍을 통해 뜨겁거나 차가운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열 효율은 좋으나 겨울에 공기가 쉽게 건조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Convection(대류)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이는 벽을 따라 Heating baseboard 라는 열교환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보일러에서 덮혀진 온수가 이 장치에 흐르면서 열기가 방안에 전달된다.

문제는 걸레받이나 heating baseboard가 설치된 경우, 가구를 그 앞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서랍장을 설치할 경우, 서랍장이 벽에서 최소한 1cm 혹은 4~5cm 이상 떨어져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둘째, 북미 주택의 경우, 의외로 바닥 마감을 카펫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 방이 위치하는 경우는 주택의 경우 대부분 2층인데, 북미 주택은 목조주택이 많아 바닥 구조재가 목조로 구성되어 있어 걷거나 뛰면 삐그덕거리거나 울림이 생기기 때문에 2층의 경우 카펫을 까는 경우가 많다.

북미에서 시공하는 카펫은 마루바닥에 1/2 인치 두께의 폼을 깔고, 그 위에 또 다시 두꺼운 카펫을 깔게 되는데 고급 카펫일수록 두껍다. 이 위에 서랍장을 놓으면 서랍장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원래 Malm을 비롯한 ikea의 서랍장은 조립시 가구를 벽에 나사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고정 나사와 부품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구가 벽에서 떨어져 있을 경우 이를 벽에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목조주택은 벽체에 세로로 세워진 구조재 (이를 stud라고 한다)가 16인치 간격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 고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stud에 나사를 박지 않을 경우, 내벽인 드라이 월(석고보드)에 나사를 박아야 하는데,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나사가 석고 보드에 고정될 리가 없다. 따라서 벽에 붙일 수 있는 경우에도 벽에 고정 나사를 빼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미국 정부에 따르면, 단순히 가구가 쓰러지는 경우보다, 가구 위에 TV 등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는 경우 무게 중심이 높아 더 쓰러지기 쉽고, 아이가 다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이건 가구의 문제 혹은 ikea의 문제가 아니라, 2주에 한 명씩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최소 400명 이상의 어린이가 가구 사고로 목숨을 잃고, 연간 3만8천명이 다치는데도 설마 나한테도 이런 사고가 생길까 방심한 소비자의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하루에 10 명 꼴로 익사 사고로 죽는데, 그 중 한 명은 자기 집 욕조에 빠져 죽는다.
(놀라운가? 일본의 경우, 2014년 4,866 명이 욕조에 빠져 익사했으며, 이 중 90%가 65세 이상이었다. 이 수는 2015년 일본 교통사고 사망자 수 4,177 명과 비슷한 숫자이다. WSJ 보도)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수가 욕조에 빠져 죽지만, 욕조를 리콜한 적은 없다.

400 명 이상이 가구에 깔려 사망했는데, 대규모 리콜을 시행한 건 ikea 뿐이다. Ikea는 가구를 제대로 설치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malm 가구 생산을 중단하고, 2천9백만 개의 가구를 리콜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단 한 건의 서랍장 부상, 사망 사고도 없었다.

그러나 국립기준표준원의 권고(사실상 명령)에 따라 한국 ikea 등 7개 업체가 리콜을 시행했으며, ikea는 Malm을 포함한 15 종에 대해 리콜 했는데, 국감 보고에 의하면 소비자의 11% 만이 리콜에 응했다고 한다.


2107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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