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미납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








중랑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응급실 접수를 거절한 원무과 직원이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그 직원은 과거 그 환자가 수납을 거부하여 발생한 미납금을 문제 삼아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 원무과 직원의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며,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참고로 보도에 의하면, 법원은 금고 1년 형을 선고한 후 항고심에서 다툴 여지를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항고심에서 다툴 여지란 무엇일까?

의료법 제 15조 1항은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 6조 2항은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응급의료종사자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하며, 원무과 직원은 의료인이 아니므로, 이 법에 적용 대상은 아니다.

의료법 등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다음과 같이 예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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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예시

○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 환자가 요구하는 검사나 투약을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불응하여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경고를 받은 후에도, 계속하여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권고하거나 퇴원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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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진료비를 미납한 것은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원무과 직원이 접수를 거부한 행위는 원무과 직원이 의료인이 아니므로 의료법 등에 따른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병원 업무 방해에 따른 조치라고는 이해할 수 있다.

기사로 추측컨대, 이 환자는 평소 주취 상태로 응급실을 자주 찾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진료비를 미납했을 당시에도 술에 취해 사라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 통상 50대 남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복막염이 발생하여 불과 5~6 시간 만에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급성 복막염은 복부내 장기의 외상이나 심한 염증으로 생긴다. 이 환자의 경우 외상의 병력이 없었다면, 궤양 등에 의한 위장관 천공이나 급성췌장염의 합병증으로 복막염이 생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두 경우 모두 알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과도한 양의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환자의 경우 이로 인한 위 혹은 12지장의 천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일 이 추정이 맞다면 이 환자는 술에 취해 자주 이 응급실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치료에 협조적이지 않으며 어쩌면 응급실에서 취중 난동을 부린 경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두번 술에 취해 온 환자를 단지 진료비 미납의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원무과 직원은 단지 진료비 미납의 이유가 아니라, ‘과거처럼’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릴 것을 우려하여 접수를 거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추정은 억측일 수도 있다.

이 환자는 성실한 가장이며, 알콜 의존성이 전혀 없으며, 단지 자다가 복통이 심해 응급실에 왔을 수도 있다.

환자는 누구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접수를 거절한 이유가 1만7천원 때문이었다면, (실수로 잊고 있다가) 미납한 진료비를 수납하고 접수해서 진료를 받았어야 했다.

만일 원무과 직원의 처사가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른 병원을 찾아갔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는 허무하게 사망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4시 15분 경이었고, 심정지에 빠진 건 오늘 9시 20분쯤이었다. 5 시간 동안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다시 말하지만, 원무과 직원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가 위법했다면 법원이 판단해 처벌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 환자는 스스로를 보호할 충분한 자기 결정권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결정 하에 미납한 병원비를 내고, 접수해 진료를 받거나, 아니면 다른 병원에 갈 수도 있었다.

자기 결정권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우리 사회는 자기 결정권에 대해 인색하며 어떤 부분에서 있어서는 지나치게 남에게 의존적이다.

의료의 경우도 그러하다.

병원에 들어선 순간 환자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모든 것을 병원이 알아서 해결하거나 책임져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의사는 환자의 주소(주로 호소하는 증상)를 기준으로 진단하며, 여기에 집중한다. 안과 의사가 눈의 질병에 집중하고, 이비인후과 의사가 코나 귀에 집중하듯, 내과 의사도 발목이 삐거나 골절된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든 질환 환자들이 몰려오는 응급실의 의사는 모든 질환을 다 진료하는 수퍼맨이 아니라 응급 질환에 대한 처치의 전문가일 뿐이다. 즉, 응급 조치를 하고 각 과로 교통 정리를 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 나는 그 순간부터 늙기 시작하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누구나 대부분 외상이나 질병으로 죽는데, 병원은 미래에 다가올 질병을 예견하고 치료하는 것도 아니다.

병원은 완벽한 곳이 아니며, 모자라고 실수 투성이의 장소이다. 그러니 병원이나 의사를 믿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한다. 의사는 전문적 영역을 조언하고 도울 뿐이다.

국민들이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건, 국가의 잘못이 크다.

국가가 마치 부모처럼 국민을 돌봐줄 것을 약속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그 역할은 민간 병원에 떠 넘긴다. 그런 정부를 믿는 건 바보이다.

원무과 직원은 분명, 미납 진료비를 수납하고 접수하라거나,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을 것이다. 기사에는 4시부터 9시 심정지까지 환자가 무엇을 했는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만일 환자가 오가지 않고 그대로 접수 창구 앞에 있었다면 환자는 죽음으로 향하는 자기 결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책임을 최저 생계비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야간 수납을 하는 젊은이에게 모두 지라고 하는 건 지나치게 과한 처사이다.

법원은 소장에 인지대를 붙이지 않아도 접수를 받아 줄 것인가?


2018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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